관저동 소식

[118호] 4억 4천 쓰고도 주민・행정 모두 허탈해하는 관저동 '생활정원'
  • 관리자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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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억 4천 쓰고도 모두 허탈해하는 관저동 ‘생활정원’(생활밀착형 숲)
주민 의견 수렴 없는 사업 추진과 충분한 정보 공유 없이 사업 진행한 결과라는 지적
 

느리울중학교와 노브랜드 상가 사이에 조성된 생활밀착형 숲(생활정원)에 대해 '사업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관저동 1539번지, 느리울중학교 옆 공공공지에 조성된 ‘생활밀착형 숲’(생활정원)을 바라보는 관저동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사업 추진과 공사 진행 과정에서 관저동 주민들의 필요와 바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탓에 ‘사업을 위한 사업’을 하기 위해 돈만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숲 조성 함께 일부 통장을 대상으로 진행한 ‘시민 정원사 양성 교육’의 교육생 선정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도 일고 있다.


서구청이 공모 사업 신청

생활정원은 산림청이 주관하고 한국수목원정원관리원(한수정)이 추진하고 있다. 한수정 홈페이지에는 사업의 목적과 배경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다.

“정원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도록 생활권 주변에서 다중이용시설에 정원을 조성함으로써 미세먼지 필터로 쓰이고 녹지공간을 확대시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실외정원, 옥상·실내정원, 수직정원 등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생활정원 사업은 2020년 국민참여예산에 반영되었고, 한국판 뉴딜사업으로 선정되었다. 2025년까지 234개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2022년에는 서울시 등 17개 광역시·도에 113개소(실내정원 33개, 실외정원 40개, 소읍 40개)를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대전에서는 관저동 1539번지와 한밭도서관이 숲 조성 대상지로 결정됐다.

관저동의 경우 산림청의 사업 대상지 모집에 서구청이 응모했다. 대전 권역의 사업 담당 기관인 국립세종수목원이 내놓은 ‘2022년 생활정원 운영 보조사업자 모집’ 공고문에 따르면 1개소당 사업 예산은 약 4억 4천만 원(447백만 원)이다. 예산에는 △생활정원 운영 △설계 △조성 △시민 참여 교육 및 프로그램 운영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설계와 시민 교육 프로그램 등의 비용을 제외하고 실제 공원 조성에는 약 3억원 가량의 비용이 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관저동 생활정원 공사는 2022년 9월부터 시작됐다. 공사 완료 예정일은 2022년 11월말이었다. 하지만 3월초 현재 정원 입구에는 출입을 막는 펜스가 설치되어 있다.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공사는 완료됐다”며, “하자 보수 등을 진행해야 하고, 꽃이 피는 4월까지는 유지 관리를 해야 해서 출입을 막았다. 4월에는 펜스를 철거할 예정이다”고 했다.
 

생활정원 조감도를 살펴본 주민들은 "공사가 완료된 실제 모습과 너무 다른 느낌이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 서구청 공원녹지과)


“이렇게 밖에 만들 수 없었나” 주민들 불만

하지만 공사가 완료된 생활정원에 대해 주민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관저동 주민 A씨는 “출퇴근하면서 생활정원을 매번 지나치는데 볼 때마다 속이 터진다. 이곳에 왜 정원을 조성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위치상 주민들의 통행이 많은 곳인데 오히려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외관상 보기라도 좋으면 괜찮을텐데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주민 B씨는 “아직 정원에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높게 둘러쳐진 콘크리트 담벼락이 미관을 해치고 있다”고 했다.

‘국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적을 위해 4억여 원을 투입한 결과물에 주민들이 허탈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민들 사이에서는 애초 사업 추진시 주민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이 없었던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A씨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정원이 조성된 부지에 작은 무대 등이 설치된 공연장이나 쉼터 등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서구청은 생활정원 조성 사업 신청 전 공공공지인 해당 부지의 활용과 사용 방안에 대해 주민들에게 별다른 의견 수렴의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의 주민 의견 수렴도 제한적이었다. <관저마을신문>은 지난 115호(2022년 12월)에서 생활정원 조성 과정에서 한수정이 8월과 12월에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는 내용을 한수정 관계자에게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 설명회’라는 취지에 걸맞지 않게 관련 정보와 소식이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지 않았다. 관저2동 주민자치회 관계자는 “생활정원 조성 사업 관련해 주민 설명회와 관련된 내용은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관저2동의 통장 A씨도 “주민 설명회와 관련한 단체 공지나 안내가 된 적이 없다”고 했다. 서구청과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주민 설명회에 참석한 주민은 일부 통장들이 참여한 ‘시민 정원사 교육생’이었다.

 

일부 통장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민 정원사 양성 교육’

일부 통장만을 대상으로 진행된 ‘시민 정원사 양성 과정’도 입길에 오르고 있다. 한수정과 생활정원 사업을 진행한 해당 업체는 ‘시민 참여 교육 및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시민 정원사 양성 과정을 운영했다. 당시 전체 57명의 통장 중 17명이 지난해 총 15회의 교육 과정을 이수했다. 수료생들은 약 40만 원을 수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원사 모집에 대한 홍보와 안내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관련 교육이 진행된 것을 애당초 모르고 있거나 교육이 끝난 이후 알게 된 통장들도 있다.

결국 생활정원 관련 주민 설명회와 정원사 양성 교육에 대한 정보가 당시 57명의 통장 중 일부에게만 전달된 것이다.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한수정과 공사 업체에서 교육생 모집에 협조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 관저2동 주민자치회 환경분과에 요청했으나 모집이 여의치 않아 통장들에게 협조를 구했고, 생활정원 인근의 통장들이 모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런 방식의 사업 진행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통장은 “주민 모두를 위한 공익 사업의 정보가 주민들에게 충분히 공유되고 전달되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다”며, “어떻게든 사업만 마무리지으면 된다는, 사업을 위한 사업이 되고 말았다”고 했다.

생활정원 사업의 진행 과정과 결과에 허탈해하는 것은 주민들 뿐만이 아니다.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와 서구청 사업 담장자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관저2동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서구청) 공원녹지과에서 행정복지센터와 사전에 교감하거나 주민 설명회를 거쳐서 공모 사업에 신청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시청과 구청이 진행하는 사업과 달리 주민들과 충분히 교감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서구청 공원녹지과 관계자도 “발주처가 산림청이어서 생활정원 설계와 진행 과정에 관여하기가 어려웠다. 시행사에 설계 변경 등을 요청했으나 반영되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서구청은 2023년에도 산림청이 주관하는 정원 조성 공모사업에 신청해 선정됐다. 공원녹지과 관계자는 “올해 진행하는 사업은 지난해와 다르게 서구청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백정훈 기자